우리나라에서 방송통신위원회가 망중립성을 만났을 때 일어나는 일들

아까 초안에 대한 전샘, 해멍님의 수정의견이 있어서 1: 30 비문, 오타, 내용일부수정함

한글 문서를 붙이기 하면 깨알같은 각주가 후두둑 떨어져 나가는 아픔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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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방송통신위원회가 망중립성을 만났을 때 나타나는 일들

 

이들은 다중에게 말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 말해봐야 소용없다는 입장, 그리고 말하면 안 된다는 입장 등을 갖고 있다. 이 세가지 입장을 서로 다른 도덕적 전제들을 갖고 있지만, 한 가지 공통된 정서를 함축하고 있다. 그것은 다중에 대한 경멸이다. – 이준웅 ‘말과 권력’ p.301

1. 들어가면서

망중립성의 논란은, 독점적인 통신회사들이 특정 어플리케이션이나 콘텐츠의 전송을 경쟁제한 목적으로 방해하거나 중단함으로써 전세계적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미국 FCC도, 2005년 오픈 인터넷 원칙을 채택하였음에도 통신회사들이 영업방법을 공개하지 않은 채로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을 차단하거나 질적 저하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인터넷 개방성을 위험에 빠뜨려 온 것에 대한 대응으로 오픈인터넷 규칙을 만들게 되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미국내에서는 이러한 독점적인 통신회사들의 반독점적 행위를 사전적 규제(망중립성 입법화)로 해결할 것인지, 사후적인 독점거래법위반의 문제로 해결할 것인지를 두고 오랫동안 논쟁을 해 왔으나, 2010년 오픈인터넷규칙을 정하여 사전규제방향을 선택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KT가 삼성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차단하고, 카카오가 보이스톡을 시험서비스를 하면서 수 많은 소비자들이 망중립성 논의의 이해당사자임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보이스톡과 관련되어 여론이 망중립성 정책을 주시하게 되자, 방송통신위원회는 별도의 공론화 과정없이 무선 인터넷전화(mVoIP) 문제에 대하여 2012. 6. 28. 시장자율에 맡기겠다고 밝히고, 이후 2012. 7. 13. 이를 정당화하는 내용의 ‘통신망의 합리적 관리 및 이용에 관한 기준(안)’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방송통신위원회의 이러한 정책방향은, 망중립성의 취지를 독점력 남용행위에 대한 견제가 아닌, 독점적인 통신회사들에게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이 예정하는 범위를 초과하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으로 이해하였다는 점에서 정치권, 시민단체, 콘텐츠 사업자들로부터 큰 비난을 받아야만 했다.

따라서 아래에서는 해외의 망중립성 논쟁을 통하여 망중립성 규제의 필요성과 조건들이 무엇인지 살펴봄으로써 방송통신위원회 정책의 정당성 유무와 문제점을 따져 보도록 하겠다.

2. 해외의 망중립성 논쟁

그동안의 인터넷의 개방성 원칙을 정책적으로 지켜야 한다는 점에 대하여는 세계적으로도 아직까지 큰 이견이 없다. 물론 관리형 서비스, 프리미엄 서비스 등의 새로운 유형의 비즈니스의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견해들도 있지만, 이러한 차별적인 서비스 때문에 인터넷의 개방성을 침해해도 좋다는 사회적 합의에 이른 나라는 그 어디에도 없다. 따라서 아래에서는 우선 이러한 개방성 원칙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기 위하여 이를 뒷받침 해 온 인터넷 디자인 원칙 등을 우선 살펴보고 이를 지키기 위한 미국과 EU의 망중립성 정책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가. 인터넷 개방성의 의미

1) 인터넷의 디자인원칙과 범용기술인 IP 프로토콜

인터넷이 개방성을 지향하게 된 것은 계층방식(layering)과 모듈 방식을 채택한 디자인 원칙과 논리계층의 범용기술인 IP 프로토콜이 핵심적인 원인으로 이해되고 있다.

인터넷의 디자인 원칙에 따르면, 개별 계층들은 독립적으로 작동하면서도 연결되어 복잡한 인터넷이 운용될 수 있게 된다. 인터넷상의 계층은 물리계층(Physical layer : 정보가 전송되는 매체의 물리적 특성), 논리계층(logical layer : 발신자와 수신자가 보낸 암호를 서로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기본적 전송 프로토콜), 응용계층 (application layer : 인터넷 익스플로러와 같은 웹브라우저, 웹사이트들이 사용하는 서비스), 내용계층 (content layer: 이메일상의 실제 내용이나 문자, 음악, 이미지, 텍스트 등의 콘텐츠의 내용) 으로 나뉘는데, 각 계층은 서로 독립적인 모듈방식으로 이루어져 있어 각 계층들은 독립적으로 구성되도록 인터넷은 설계되어 있다. 즉, 하나의 단일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 기존 전화망(회선교환망)과 달리 인터넷망의 이러한 레이어링 구조는 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여러 계층들이 독립적으로 결합되어 경쟁과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 요소가 된다.

위 계층 중 논리계층의 최하단은 IP 프로토콜로 구성되는데, 전송되는 각각의 패킷들의 주소정보만을 인식하여 메시지가 정확하게 전송되고 수신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게 한다. 즉, 중앙에서 내용으로 제어하는 것이 아니라 양 끝단의 이용자들이 IP 프로토콜만 알고 있다면 정보흐름을 통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아래 인터넷의 레이어링 구조 그림에서 보듯 가운데에 위치한 IP 프로토콜(논리계층)은 가장 얇게 표현되어 있는데, 이는 논리계층은 정보나 내용을 전혀 차별하지 않고 주소 정보만으로도 통신을 가능하게 한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IP 프로토콜은 공개된 기술이었기 때문에 윗단의 콘텐츠, 어플케이션 레벨에서 이용자들 및 관련 사업자들은, IP 프로토콜의 기술 형식을 지키면 망을 소유하지 않아도, 망사업자의 허가를 받지 않아도, 자유롭게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위와 같이 인터넷 계층방식과 모듈방식을 채택한 인터넷 디자인 원칙, 그리고 범용기술인 IP 프로토콜은 인터넷의 콘텐츠, 어플리케이션 서비스 사업자가 망사업자에 의하여 그 내용으로 차별받지 않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터넷 개방성의 중요 원인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림 1 인터넷의 레이어링 구조

2) 그동안 인터넷의 개방성 원리를 지배해 왔던 망중립성의 중요 원칙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인터넷의 구조는, 누구나 망사업자로부터 통제를 받지 않고 서비스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결론적으로 양 끝단의 이용자 및 사업자들에게 직접적인 선택권을 준다. 즉, 이는 망사업자가 아닌 끝단의 이용자 및 사업자에게 선택권과 통제권을 준다는 점에서 단대단원칙(end-to-end principle)이라고도 부른다. 인터넷을 개발 발전시킨 기술자들은 의식적으로 물리계층과 무관하게 각 끝단에 있는 이용자들에게 통제권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설계원칙을 발전시켜 왔다. 즉, 레이어링구조와 모듈구조, 그리고 논리계층의 개방성은, 물리망을 가지지 않고도 누구나 인터넷 응용과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는 상황을 가능하게 해 주었고 이것은 인터넷의 경쟁과 혁신을 이끌어 왔다.

즉, 이러한 인터넷의 디자인 원칙 등의 요소들은, 콘텐츠나 애플리케이션의 차단, 차별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망중립성의 원칙을 실제적으로 구현하면서, 인터넷을 개방적으로 발전시켜 왔다고 평가받고 있다. 따라서 망중립성의 중요원칙은 오늘날 갑자기 나타난 원리가 아니라 그간 인터넷의 작동원리로서 관련 사업자들에게 인정되어 왔던 원칙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3) 소결어

정보처리를 중앙교환기에 의하여 직접 해왔던 기존의 통신회사들은, 인터넷에서도 유사한 방식으로, DPI 기술 등을 활용하여 트래픽을 통제하고, 이해관계에 따라 인터넷의 디자인을 변경하고 경쟁 콘텐츠나 어플리케이션을 제한하려는 시도를 하였으며, 이러한 행위로 인하여 인터넷의 미래는 큰 갈림길에 서게 되었다. 과연 인터넷의 개방성은 지킬 가치가 있으며, 지킬 수 있는 것인가?

인터넷의 개방성에 대한 위협으로부터 촉발된 인터넷 미래에 대한 정책결정과정은, 수년간 세계적으로 중요 주제가 되었다. 그간 이러한 문제해결을 위한 ‘사전규제’가 불충분했던 미국과 EU에서는, 동시다발적으로 시장경쟁을 통하여 해결가능한 것인지가 논의되기 시작하였다.

나. 해외에서의 정책당국의 입장들

미국이나 EU의 경우에는 우리나라와 달리 초고속인터넷사업자들은 진입규제를 받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사전적인 망중립성 규제 역시 부담하지 않고 있으나, MVNO 등의 활성화로 오히려 우리보다 경쟁적인 시장상황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문제되고 있는 무선 인터넷전화 서비스 차단이나 제한 사례와 관련하여서는, 미국과 EU의 경우에는 전면 허용하는 통신사업자들도 상당하였기 때문에 투명성만 제대로 보장하면 경쟁을 통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의견도 상당한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에는 투명성원리와 시장자율만으로는 망사업자에 의한 경쟁저해행위의 해결이 쉽지 않음을 자인하고, 2010년 오픈인터넷규칙을 정하여 사전규제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였고, EU는 여전히 고민중이다.

1) 미국의 시장상황과 FCC 오픈 인터넷 규칙의 제정

미국은 여러 가지 망중립성 규제를 받고 있는 전통적인 ‘커먼 캐리어(Common Carrier)’가 아닌 사업자들에 의하여 인터넷 접속이 제공되면서, 망 사업자가 콘텐츠까지 통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복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망사업자들에 의한 P2P 서비스 품질저하, 경쟁 비디오 스트리밍 응용 차단행위, 인터넷전화 제한 시도 등의 행위가 반복적으로 발생하여 왔다. 물론 그 때마다 시민단체 들의 반대 여론으로 인하여, 이러한 반경쟁적인 시도들이 철회되기도 한 바 있지만, 여론에 의한 해결은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없었다. 이에 대하여 미국 내에서는 이러한 경쟁제한적인 행위를 시장경쟁에 맡겨두거나, 사후적인 공정경쟁규제로는 원상회복이 쉽지 않으므로 ‘사전적인 망중립성 입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견해가 학계에서 주장되어 왔다.

FCC는 결국 망중립성과 관련되어 2010년 자사의 보이스 서비스와 경쟁서비스인 어플리케이션을 차단하지 않을 것을 정한 차단/차별 금지원칙, 투명성 원칙 등을 포함한 오픈 인터넷규칙을 발표하였다. FCC는 오픈인터넷규칙 보고서에서, 경쟁사업자로의 전환비용(위약금, 설치 등의 불편함 등)이 시장경쟁을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투명성 원칙만으로는 시장의 경쟁제한적인 문제가 해결되기 어려우므로, 차별금지, 차단금지 원칙이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2) EU의 시장상황과 사전적인 망중립성 입법에 대한 요구의 증가

EU는 그동안 미국보다 시장구조가 매우 경쟁적이라고 평가되었다. 따라서 사전적인 입법방향을 채용할 것인가가 쉽게 결정을 하지 못하고 시장상황조사 및 모니터링에 좀 더 집중하여 왔다. 예를 들자면, 망중립성과 관련된 중요 이슈인 무선 인터넷 전화와 관련하여서도, 영국의 오프콤(Ofcom) 보고서에서 언급된 5개 사업자 중 2개 사업자는 mVoIP 전면 차단, 1개 사업자 mVoIP 사용 시 추가요금부과를 통한 요금차별, 2개 사업자는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Ofcom은 이러한 시장상황의 분석을 토대로 사전차단보다는 경쟁을 통해서 경쟁제한의 문제를 해결될 수 있으며, 실제로 경쟁을 통해 문제가 해소되어 왔다는 점도 지적한바 있다.(영국 전체의 통신사업자수는 MVNO의 수까지 합하면 총 50여개에 이른다.) 최근 유럽전자통신규제기관(BEREC)이 2012. 5. 29.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더라도, 유럽 내 115개 이동통신사 중에서 mVoIP 서비스를 전면 제한하는 이동통신사는 전체 대비 3.5%인 4개사에 불과한 반면, 전면허용하는 통신사는 전체의 76.5%에 해당하는 88개사에 달한다고 발표하여 시장상황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는 경쟁적이라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EU 역시 시장상황만으로 평가하기에는 망사업자에 의한 콘텐츠, 애플리케이션 차단 및 요금차별의 행위가 인터넷의 개방성을 장기적으로 침해하고, 그 침해는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2011. 10. 20. 유럽의회 산업위원회는 EU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에 대하여 통신시장에서 수직적 결합사업자에 의한 반경쟁적 행위에 대한 주의를 촉구하면서 망중립성을 지지하는 결의를 하였으며, 유럽전기통신규제기관(BEREC)도 최근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하는 분석 보고서 초안을 2012. 5. 29. 온라인상에 공개한 바 있다. 인터넷에서 시민의 자유를 옹호하는 활동을 해 왔던 La Quadraure du Net은 위 유럽전기통신규제기관의 보고서들에 의하면, 망사업자들의 행위가 온라인상의 자유와 혁신을 제한하면서도 인터넷의 자유와 개방성의 근본적인 원리까지도 해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되었고, 투명성 규정으로는 아무런 변화도 이끌어낼 수 없으므로 이제는 망중립성 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하였다.

3) 소결어

위에서 설명한 망중립성과 관련된 해외정책당국의 고민들은, 시장상황이 경쟁적임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투명성 원리와 시장경쟁만으로는 인터넷 개방성 침해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것을 인식하고 있었거나 있다는 점, 광대역 인터넷접속서비스사업자들에 대한 사전적인 망중립성규제가 적용되는지에 대한 규제법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으로 설명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해외규제기관들의 고민은 상황이 완전히 다른 우리나라 규제 당국에게는 이 문제들을 오히려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요소들 – 초고속인터넷사업자들이 기간통신사업자로서 전기통신사업법상 사전규제의 대상이 된다는 점, 시장상황이 전혀 경쟁적이지 않다는 점-이 무엇인지 설명해 주고 있다.

3. 우리나라 망중립성 규제와 전기통신사업법

가. 전기통신사업법에는 이미 망중립성과 관련된 대부분의 원칙들이 입법화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앞에서 살펴본 미국과 EU와는 달리 초고속인터넷서비스 사업자들이 모두 허가를 받아 시장에 진입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이 사업자들은 기간통신사업자로 엄격한 공정경쟁을 위한 전기통신사업법상의 사전규제를 받게 된다. 2004. 7. 20.부터 전기통신사업법시행규칙〔시행 2004. 7. 20. 정보통신부령 제152호 2004. 7. 20. 일부개정〕제3조 제5호는 인터넷접속역무(전기통신설비를 이용하여 인터넷접속을 제공하는 전기통신역무)를 기간통신역무로 규정하여, 엄격한 사전규제의 대상으로 규제하여 왔으며, 이러한 규정은 다른 해외사례와 비교하여 보았을 때 매우 이례적인 진입규제라 해석되어 왔다.

전기통신사업법상의 망중립성의 원칙과 관련된 중요 조항들

제2조(정의) 제11호 기간통신역무란 전화, 인터넷접속 등과 같이 음성, 데이터, 영상 등을 그 내용이나 형태의 변경 없이 송신 또는 수신하게 하는 전기통신역무

제3조(역무의 제공 의무) ①전기통신사업자는 정당한 사유없이 전기통신역무의제공을거부하여서는아니된다.

제6조(기간통신사업의 허가 등) ① 기간통신사업을 경영하려는 자는 방송통신위원회의 허가를 받아야한다.

제28조(이용약관의 신고 등)③ 제2항 본문의 경우 방송통신위원회는 이용약관이 다음 각 호의 기준에 맞으면 이용약관을 인가하여야 한다.

1. 전기통신서비스의 요금이 공급비용, 수익, 비용·수익의 서비스별 분류, 서비스 제공방법에 따른 비용 절감, 공정한 경쟁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을 합리적으로고려하여 산정되었을것

2. 기간통신사업자와 이용자의 책임에 관한 사항 및 전기통신설비의 설치공사나 그 밖의 공사에 관한 비용부담의 방법이 이용자에게 부당하게 불리하지 아니할 것

3. 다른 전기통신사업자 또는 이용자의 전기통신회선설비 이용형태를 부당하게 제한하지 아니할 것

4. 특정인을 부당하게 차별하여 취급하지 아니할 것

제 50조(금지행위) ① 전기통신사업자는 공정한 경쟁 또는 이용자의 이익을 해치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이하 “금지행위”라 한다)를 하거나 다른 전기통신사업자 또는 제3자로 하여금 금지행위를 하도록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설비등의 제공·공동활용·공동이용·상호접속·공동사용·도매제공 또는 정보의 제공 등에 관하여 불합리하거나차별적인조건또는제한을부당하게부과하는행위

5. 후단 전기통신이용자의이익을현저히해치는방식으로전기통신서비스를제공하는행위

나. 위 전기통신사업법상 규정들의 정당성

초고속 인터넷사업자들을 기간통신사업자로 정하고, 그들에 대하여 전기통신사업법의 망중립성 원칙과 관련된 사전규제 규정들을 적용하는 것은, 전세계적으로 매우 이례적인 것임은 앞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다. 그렇다면 위 망중립성 규정들을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는가에 대한 입법론적인 문제제기는 현재 있는 법해석과는 별도로 논의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입법론적인 문제에 대한 검토에 있어서 가장 먼저 고려되어야 하는 것은 현재와 미래의 시장상황검토, 과거의 유사한 상황에서의 시장실패경험, 규제비용에 대한 고려 등일 것이다.

우선, 우리의 무선 초고속 인터넷 시장의 경쟁상황은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에도 그 상황이 매우 비관적이다. 우리의 유선인터넷 시장이 다수의 사업자들에 의하여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는 모습과 달리, 무선 초고속 인터넷 시장의 경우에는 3개 회사가 고착화된 과점형태를 띠고 있다. 심지어 3개사의 데이터 요금제는 그 내용 조차도 거의 동일하여 참여연대에 의하여 담합으로 고발까지 되었을 정도이다.

더 나아가 무선 초고속 인터넷 시장의 미래의 경쟁상황에 대한 전망도 밝지 않다. 방송통신위원회는 MVNO의 도입으로 시장에 경쟁이 촉진될 수 있을 것처럼 외부적으로 설명하고 있으나, 우리의 경우에는 이동통신사들의 주장에 휘둘린 관계당국의 정책실패로 시장성숙기에 이르러서야 MVNO를 도입하는 과오를 범하여 의미있는 경쟁이 이루어지기 힘든 상황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스스로 정책실패로 MVNO의 확산에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고 이동통신사 시장의 5% 정도 밖에는 시장점유율을 취득할 수 밖에 없다고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방송통신위원회는 여전히 기존 통신사들의 주장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기간통신사업자에게 일반적인 재판매의무를 부과하지 않고, 도매가 역시도 기간통신사업자와 경쟁하기 어려운 방법으로 산정하여 MVNO는 LTE요금제도, 무제한 데이터요금제도 제공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즉, 미래의 무선 초고속 인터넷 시장에서 의미있는 경쟁을 쉽게 예상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둘째, 우리 사회가 이미 경험해 왔던 2G 시대의 시장실패가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 기간통신사업자들이 직접 콘텐츠에 대하여 간섭을 해 왔던 2G 시대의 무선 인터넷 시장은, 시장의 혁신과 경쟁을 방해하면서 동시에 이용자 이익을 저해하였다. 2G 시절 콘텐트에 대하여 간섭을 함으로써 나타났던 시장 실패는 ① 휴대폰 콘텐츠 자릿세를 사사로이 받았으며(2005. 8. 15. 한겨레신문 ‘휴대폰 성인 콘텐츠 자릿세로 15억 바쳤다.), ② 메뉴 중복표기 및 관련없는 메뉴페이지 강제접속 등의 방법으로 불필요한 트래픽을 발생시켜 데이터통화료(2005. 11. 28. 통신위원회 보도자료)를 이용자에게 부과시킨 것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우리 사회가 2G 시절에 경험한 시장 실패에 대하여, FCC는 오픈인터넷 규칙을 설명하면서, 망중립성 규정이 강제되지 않을 경우 여전히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으로 모두 설명한 바가 있다. 즉, FCC는 망중립성 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초고속 인터넷서비스 사업자들이 콘텐츠 사업자들에게 이용자에 대한 우선접속이나, 접속명목으로 과금(FCC는 과거 이러한 과금이 허용된 적이 없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을 하게 된다면, ① 콘텐츠 사업자간 군비경쟁과 같은 경쟁을 촉발시켜 비효율적으로 높은 요금을 지불할 가능성, ② 추가과금이 시장에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게 되므로 콘텐츠 시장에서 활동하는 사업자의 수가 줄어들어 시장의 혁신을 감소시킬 가능성, ③ 망사업자가 추가비용을 받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트래픽 혼잡을 가중시키고 망투자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음을 설명하였다. 즉, 2G의 시장실패는 망중립성이 무시되고 인터넷의 개방성이 침해될 경우 반복적으로 나타날 수 있음을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셋째 이미 망중립성 원칙이 전기통신사업법을 규정되어 있어 망중립성 관련 규제비용이 별도로 추가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전규제가 사후적으로 경쟁제한적인 행위를 원상회복시키는 것보다는 사회적인 규제비용이 최소화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도 비용적인 측면에서 전기통신사업법 규정은 유지될 사회적 이익이 있다. FCC는, 우리의 전기통신사업법과 유사한 망중립성과 관련된 사전규제가 없었음에도 오픈인터넷 규칙은, 초고속 인터넷 사업자들이 이미 투명성과 차단 금지 원칙을 포함한 개방규범을 채택하고 있어, 현 상태를 대폭 수정하지도 않으면서 많은 규제비용을 초래하지 않는다고 평가하기도 하였다.

즉,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현재와 미래의 시장상황평가, 망사업자들이 콘텐츠와 어플리케이션을 통제하였던 2G시절의 시장실패경험, 기존의 사전예방적 규정의 규제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였을 때 위 전기통신사업법 상의 망중립성 규정들은 유지될 사회적 필요가 커 보인다.

다. 결어

망중립성 정책의 수립과 입법화 논의는 그 사회의 시장상황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이용자의 이익을 고려한 사회후생의 측면에서 논의될 수 밖에 없다.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전기통신사업법에는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여 망중립성의 중요 원칙 중 차단, 차별 금지의 사전규제가 이미 정하여져 있다.

다만, 아직 전기통신사업법상 규정이 없는 투명성 원칙’, ‘DPI 사용에 따른 엿보기 금지’ 등의 논의도 시장상황에 따라 이용자 이익 및 시장의 혁신의 측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발전적으로 논의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방송통신위원회는 그간 망중립성 정책을 추진하는데 있어 전기통신사업법의 적용조차 회피하면서 통신사업자들에게 편파적인 입장을 보인 바 있어 이러한 정책의 추진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4. 방송통신위원회 망중립성 정책추진의 문제점

가. 절차적 문제점 – 비공개 업무처리절차

망중립성 정책은 인터넷 개방성의 미래를 결정하는 문제이면서도, 인류 문화의 미래를 결정짓는 미디어에 대한 정책이기도 하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 우리가 꿈꾸는 열망은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정보에 따라 결정된다는 점에서, 망중립성 정책의 방향은 미래의 문화, 미래의 꿈, 미래의 정치를 향한 여러 가지 가능성과 연결된 것이라 하겠다. 즉, 망중립성 정책은 시민이 가장 중요한 이해당사자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망중립성과 관련된 각국의 정책과정은 공개되어 논의가 이루어졌거나 이루어지고 있으며, 인터넷의 자유와 시민의 정치적 자유에 관심이 있는 각국의 시민단체들 역시 정책추진과 관련되어 적극적인 의사표시를 하고 있다. 미국 FCC는 10만건 이상의 서면 의견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각종 공공 워크샵을 진행하면서 그 과정을 공개하였고, 캐나다 프라이버시 위원회 역시도 DPI 사용과 관련되어 웹 게시판에 논의 과정을 공개하여 공론화를 촉진하였다. EU 역시 최근 유럽전자통신규제기관의 시장상황 등에 대한 분석결과 초안을 온라인 상에 모두 공개하고 이해당사자, 이용자, 학계 등으로부터 의견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해외정책당국의 태도와는 대조적으로 방송통신위원회는 망중립성 정책의 수립을 경제적 이해당사자들간의 문제로만 협소하게 이해하여 관련 논의 과정을 시민들에게 거의 공개하지 않고 있다.

우선 방송통신위원회는 망중립성 자문위원회의 회의결과 및 그 내용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이용자의 회의 참관조차 허용하지 않고 있다. 즉, 사회적 논란이 되는 논의를 모두 비공개로 진행하는 상황이며, 가급적 시민들이 공론화 과정에 참여하지 않기를 바라는 태도를 갖고 있기도 하다. 이와 관련한 예를 들자면, 방송통신위원회는 2012. 7. 13. ‘통신망의 합리적 관리 및 이용에 관한 기준(안)’과 관련된 공개토론회를 하면서도 그 전날까지도 몇몇의 기자들과 토론회 참석자에게 하드카피로 자료를 공유한 것 이외에 관련 자료를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 망중립성 이용자 포럼에서 공론화의 촉진을 위하여 2012. 7. 9.경 망중립성 자문위원회에서 논의중인 ‘통신망의 합리적 관리 및 이용에 관한 기준(안)’과 관련된 초안을 온라인으로 공개하자, 방송통신위원회의 담당 공무원은 망중립성 이용자 포럼 측에 “온라인에 공개한 트래픽 기준안을 내려달라, 누가 유포한 것인지 밝혀라, 금요일에 어차피 공개할 것이니 미리 공개할 필요가 없다”라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항의를 하기도 하였다.

우리나라에서 망중립성 논의가 여전히 충분히 공론화되지 못하고, 그 논의가 이용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사업자들끼리의 이해다툼의 밥그릇싸움으로 폄하되는 것은 전적으로 방송통신위원회의 권위주의적이면서도 비공개적인 일처리에 그 원인이 있다. 공공정책의 추진은, 소신이 있더라도 공개하여 다수 당사자들을 설득하여야 하고, 소신이 없거나 정책추진에 자신이 없더라면 더욱 공개하여 각계각층의 의견을 구하여 혹시나 문제되는 부분이 없는지를 살펴 수정해 나가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방송통신위원회의 망중립성 정책을 대하는 태도는 이용자들과의 소통을 회피하는데 제1의 목표가 있는 것처럼도 보인다. 지금부터라도 방송통신위원회는 관련 정보를 초안단계부터 하드카피가 아닌 온라인으로 공개하여 각계각층의 의견을 구하고 의미있는 사회의 공론화를 촉진시키는데 목표를 두어야 한다.

나. 내용적 문제점 – 전기통신사업법 규정의 의도적 회피 및 고착화된 과점상황에 대한 인식부재의 문제점

1) 전기통신사업법 규정의 의도적 회피행위

앞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이미 망사업자들에게 차단 또는 차별을 금지할 것이 전기통신사업법에 규정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통신위원회는 법의 각종 취지에 반하여 망사업자들의 무선 인터넷 전화 차단 약관을 인가하여 주고, 무선인터넷전화의 문제는 ‘법’이 아닌 ‘시장의 자율’에 맡기겠다고 하고 있으며, 심지어 삼성 스마트 티브이 애플리케이션 차단의 문제도 ‘법’이 아닌 ‘삼성이 망중립성 논의에 적극적으로 협조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경실련, 진보넷은 2011. 11. 23. 무선인터넷전화의 차단 또는 제한이 전기통신사업법 제3조, 제50조 제1항 제1호와 제5호 위반임을 지적하는 신고를 하였으나, 방송통신위원회는 2011. 12. 26. 전기통신사업법위반 여부에 대하여는 아무런 답변도 없이 ‘기술진보, 시장경쟁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성급한 판단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결정하겠다’다는 회신만을 보내왔을 뿐 관련 법규위반에 대한 판단 자체를 회피하고 지금까지 구체적인 답을 하지 않았다. 결국 망중립성 이용자 포럼에서는 2012. 7. 12. 방송통신위원회가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사례에 대하여 전기통신사업법을 적용하지 않는 것 등을 포함하여 그 직무행위의 위법성에 대하여 판단하여 줄 것을 요청하면서 감사원에 감사청구를 한 바 있다.

망사업자의 경쟁제한적 행위를 사전적으로 규제하고자 만들어진 전기통신사업법을 적용하지 않는 것은, 결과적으로 망사업자의 편을 들어주는 내용이 될 수 밖에 없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망중립성’ 논의를 이유로 전기통신사업법의 규정들을 적용하지 않으면서 망사업자들의 경쟁제한적 행위를 지지 또는 지원하는 것은, 법이 없어 망중립성 논의를 해 왔던 해외 사례에 비추어 보았을 때 아이러니한 일이다.

2) 고착화된 과점 상황에 대한 시장상황을 사실과 다르게 이해하고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석제범 통신정책국장은 2012. 6. 8. 시장경쟁상황이 경쟁적인 유럽에서는 허용여부와 허용 수준을 이동통신사업자들이 자율적으로 판단하므로 우리도 무선 인터넷전화를 시장자율에 맡기겠다라고 설명하였는가 하면, 이계철 위원장 역시도 2012. 7. 25. 국회 업무보고에서 ‘현재 통신시장이 경쟁이므로 보이스톡 허용은 망사업자의 자율에 맡긴다’는 설명을 하였다.

그러나 방송통신위원회의 이러한 시장상황에 대한 인식은 2011. 11.에 발간된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발행 ‘2010년도 통신시장 경쟁상황평가’에서 이동전화 부분은 시장지배력이 존재하며 경쟁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본 평가와 정반대의 평가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우리의 무선 인터넷 시장을 경쟁상황으로 평가한 근거가 무엇인지도 근거가 없다. 고착화된 과점시장의 시장경쟁상황을 아무런 근거없이 경쟁으로 평가하고, 경쟁제한적인 문제의 시정 및 원상회복을 자율경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정책은, 과점사업자들인 망사업자들의 경쟁제한행위를 촉진하는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앞에서 본 바와 같이 MVNO 도입시기를 실기하여 현재 무선이동통신시장을 고착화된 과점시장으로 만든 역할을 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통신위원회가 다시 망중립성과 관련된 각종 문제 해결에서 시장상황 평가를 자의적으로 하여 망사업자들의 경쟁제한 행위를 계속적으로 지원하거나 촉진하는 것은, 향후 시장의 경쟁상황을 악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 명백하다는 점에서 납득이 가질 않는다.

5. 결어

얼마 전 한 토론회에서 전기통신사업법의 규정들이 망중립성의 차단, 차별금지 원칙을 상당부분 실현한 것이라는 설명을 하자, 반대편 패널은 만약 전기통신사업법이 그런 취지라면 R굳이 망중립성 논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느냐는 반문한 적이 있다. 나 역시 방송통신위원회에 비슷한 질문을 묻고 싶은 생각이 종종 든다. 방송통신위원회에 의하여 주도되는 망중립성 논의와 결과물들을 보면 상당부분 기존의 법률로 해결되는 문제를 왜 비공개로 논의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심지어 최근 나온 ‘통신망의 합리적 관리 및 이용에 관한 기준(안)’은,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및 통신비밀보호법위반의 소지도 매우 크다.

그러나, 그 내용의 문제점을 떠나서 앞에서도 설명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 망중립성 논의의 가장 큰 문제는 ‘정책결정과정’이 이용자들에게 공개되지 않고 결과만이 통보된다는 점이다. 망중립성의 논의는 이용자들을 존중하는 민주주의적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 사회의 문화, 열정과 꿈의 미래를 형성할 중요 정책들이, 이로 인하여 발생할 결과를 부담하거나 수인해야 할 이용자들과는 유리되어 결정된다는 것은 슬프게도 비민주적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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