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중립성 정책과 방송통신위원회

원고청탁을 받아 쓴 글 & 예전에 썼던 관련논문을 좀 쉽게(?) 요약했음

망중립성 정책과 방송통신위원회

인터넷상에서의 통신은 디지털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각 메시지는 조각조각(패킷)으로 나뉘어져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이동하여 정해진 수신자에게 도착한다. 이러한 패킷교환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는 인터넷은, 망사업자가 아닌 각 이용자들이 직접 인터넷상의 콘텐츠와 서비스를 선택하고 통제할 수 있는 힘이 있다. 그래서, 콘텐츠 및 어플리케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은, 망을 소유하지 않더라도 제한없는 경쟁이 가능한 것으로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이렇게 이용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인터넷의 특성이야말로 인터넷의 개방과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요소라고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인터넷의 개방적인 특성과는 대조적으로, 음성통신은 회선교환망을 통하여 이용자가 아닌 망사업자가 서비스를 전체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방법으로 발전되어 왔다. 이 후 음성통신은 아날로그방식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발전되기 시작하면서 디지털음성통화는 ‘회선교환’과 ‘패킷교환’, 두 가지 방식이 모두 가능해졌다. 그런데, 음성통신이 패킷교환으로 가능해졌다는 것은, ‘음성통화’ 방식역시 인터넷의 개방과 혁신의 요소인 이용자에게 선택권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이 함께 가능해졌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즉, 이것이 바로 VoIP(인터넷전화)서비스가 회선교환망에서 제공되는 통화와는 다른 특성이다.

그동안 음성통화서비스를 회선교환망을 통하여 서비스해 왔던 망사업자들은, 이 과정에서 자사의 음성통화서비스의 경쟁자인 VoIP을, 이용자의 선호나 동의와 무관하게 DPI(Deep Packet Inspection)기술을 이용하여 중앙에서 억지로 차단, 제한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기 시작하였다. 즉, 망사업자들이 자사의 음성통신서비스와 경쟁적인 다른 어플리케이션 서비스들의 사업을 방해한 것이다. 이것이 지금까지의 인터넷전화를 둘러싼 국내외 갈등의 내용이었고, 위와 같은 인터넷전화차단 같은 경쟁사업자 제한행위는 세계적으로 망중립성 논란을 일으킨 원인 중 하나였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에는 미국이나 EU보다도 망중립성과 관련된 이용자의 후생침해의 문제가 더 심각하다.

첫째,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이나 EU에서는 망중립성 논의를 ‘공정경쟁’과 ‘공공 인터넷의 개방성’을 지키는 문제로 매우 중요하게 보고 있다. 해외 정책당국은 mVoIP서비스차단 또는 제한의 문제를 공정경쟁제한의 문제이면서 인터넷의 개방성을 침해하는 행위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방송통신위원회의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에는 공정경쟁이나 인터넷 개방성의 문제보다는 트래픽관리에 중점을 두고 mVoIP문제 등을 망중립성 원칙에 대한 예외로 정하였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전세계 최초로 mVoIP에 대한 진입규제 도입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둘째, 우리나라(기간통신사업자로서 허가를 받아야 함)와 달리 인터넷망사업자들에게 진입장벽이 없는 EU와 미국의 경우(데이터요금역시 인가를 받지 않는다)에는 사업자마다 mVoIP 허용여부, 가격 등이 시장의 경쟁에 의하여 다양하다. 영국의 오프콤(Ofcom)이 망중립성 정책의 도입을 보류한 이유 중의 하나도, 5개 무선통신사업자 중 2개 사업자는 mVoIP을 전면 허용하고 있으므로 소비자의 선택에 의하여 망중립성과 관련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위와 같이 시장이 경쟁적이라는 사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이러한 행위를 방치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인터넷의 개방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오픈인터넷규칙을 제정하였고, EU 의회에서도 2년전 망중립성 결의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해외의 시장경쟁상황과 달리 우리나라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요금인가 등의 요금통제를 하고 있음에도 모든 무선통신사업자의 이용자 데이터요금이 사실상 동일하다. 놀랍게도 방송통신위원회는 mVoIP차단 또는 제한 요금의 인가까지 해 주었다. 현재 이들 3개 사업자들은, 참여연대에 의하여 요금담합을 이유로 신고까지 되어 있다는 점을 볼 때, 우리나라의 경우 시장 경쟁에 의하여 망중립성문제가 해결되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망중립성 정책은 인터넷과 문화의 미래를 결정짓는 미디어에 대한 정책이다. 여기에는 거대 망사업자와 거대 콘텐츠 사업자들 뿐만 아니라, 셀 수 없이 많은 이용자들과, 혁신을 꿈꾸는 벤처사업가들이 모두 직간접적인 이해관계자들로 얽혀 있어야 하며, 이들이 모두 고려되어야 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반 세기 전, 미국에서 독점적 망사업자와의 8년간의 법정 싸움을 했던 한 벤처사업가의 허쉬어폰 소송이, 이용자에게 통제권을 주는 계기가 되어 오늘의 인터넷의 혁신과 개방을 가능하게 했고, 그것이 오늘날 우리의 인터넷을 기초로 한 놀라운 대중문화를 가능하게 한 것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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