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평석】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21조 제4호 위헌제청사건 -헌재 2012. 2. 23. 2011헌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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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평석】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21조 제4호 위헌제청사건 -헌재 2012. 2. 23. 2011헌가13-

I. 사건의 개요

○ 제청신청인은 주식회사 다음커뮤니케이션(이하 ‘주식회사 다음’)의 블로그에 국내산 시멘트의 유독성에 관한 글을 게재하였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원회’)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1항 제2호 소정의 불법정보인 ‘비방 목적의 명예훼손 정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2009. 4. 24.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방송통신위원회법‘) 제21조 제4호, 같은 법 시행령 제8조 제1항, 제2항에 근거하여 주식회사 다음에 대하여 이 사건 게시글의 삭제를 요구하였다. (이하 ’이 사건 시정요구‘)

○ 제청신청인은 이 사건 시정요구에 대하여 2009. 8. 31. 심의위원회를 상대로 이 사건 시정요구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제청신청인의 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을 선고받았다. (서울행정법원 2010. 2. 11. 2009구합35924호)

○ 이에 대하여 심의위원회가 항소하여 제청신청인은 항소심법원인 서울고등법원에 2010. 6. 8. 방송통신위원회법 제21조 제4호,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1항 제2호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2010아189호)을 하였고 위 법원은 2011. 2. 14. 방송통신위원회법 제21조 제4호에 대한 신청만을 받아들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였다.

II. 심판의 대상

심판의 대상은 ‘방송통신위원회법’(2008. 2. 29. 법률 제8867호로 제정된 것) 제21조 제4호가 헌법위반이 되는지 여부이다.

III. 제청법원의 위헌제청이유

○ ‘건전한 통신윤리’는 헌법 제21조 제5항의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와 비교하여 볼 때 동어반복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구체화되어 있지 않아 대통령령으로 정해질 내용의 기준과 대강을 예측할 수 없으므로 명확성의 원칙 및 포괄위임입법금지 원칙에 반하며, 실질적 법률유보원칙에도 반한다.

○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으로서의 정보’라는 개념은 모호성, 추상성, 포괄성으로 말미암아 규제하지 않아야 할 표현까지 다 함께 규제하게 될 뿐만 아니라, 그 규제수단에 있어서도 방송통신위원회법 시행령 제8조 제2항 소정의 ‘해당 정보의 삭제 또는 접속차단’, ‘이용자에 대한 이용정지 또는 이용해지’와 같은 그 회복이 현저히 곤란한 수단을 사용하고 있어 과잉금지의 원칙에 어긋난다.

IV. 헌법재판소 결정 요지

1.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건전한 통신윤리’라는 개념은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질서 또는 도덕률을 의미하고,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정보(이하 ’불건전 정보‘라 한다)’란 이러한 질서 또는 도덕률에 저해되는 정보로서 심의 및 시정요구가 필요한 정보를 의미한다고 할 것……정보통신영역의 광범위성과 빠른 변화속도, 그리고 다양하고 가변적인 표현형태를 문자화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할 때, 위와 같은 함축적인 표현은 불가피하다……

2. 포괄위임입법금지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그 불이행시의 법적 제재가 경미한 점에 비추어 형벌법규에 요구되는 정도로 엄격하게 위임의 요건과 범위를 규정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정보통신에 관한 영역은 시대적・기술적인 변화 상황에 따라 빠른 속도로 변동하고 있고,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정보의 내용과 유통형태가 출현하고 있으므로, 현실의 변화에 대응하여 유연하게 규율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광범위하게 대통령령에 위임하여야 할 필요성도 있다. 따라서 위임의 구체성과 명확성의 요구는 완화된다. ……관련 법조항을 유기적・체계적으로 종합하면 심의 및 시정요구의 대상으로 대통령령에 규정될 불건전 정보란 위 정보통신망법 조항들에 의해 금지되거나 규제되는 정보 내지 이와 유사한 정보가 될 것임을 누구나 예측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3.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심의위원회의 심의 및 시정요구 대상인 불건전정보는 이 사건 법률조항 및 그로부터 적법한 위임을 받는 시행령에 의하여 규정되어 있다.

4.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 불건전정보에 대한 규제를 통하여 온라인 매체의 폐해를 방지하고 전기통신사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심의위원회로 하여금 불건전 정보의 심의 및 시정요구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수단의 적절성도 인정된다

○ 이 사건 법률조항에 따른 시정요구는 정보게시자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최소화하고자 불법성 내지 불건전성의 경중에 따라 단계적 조치를 마련하고, 시정요구의 불이행 자체에 대한 제재조치를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달리 불건전 정보의 규제수단으로 표현의 자유를 덜 침해할 방법을 발견하기 어려우므로 피해의 최소성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

○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는 정보는 ……복제성, 확장성, 신속성을 가지고 유통되기 때문에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개인적 피해와 사회적 혼란 등을 사후적으로 회복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불법정보에 대한 심의 및 시정요구 제도를 통해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이란 공익을 보호할 필요성은 매우 크다……반면 시정요구로 인하여 초래되는 불법정보 게시자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공익적 필요성에 비하여 크지 않다. 따라서 법익 균형성 요건도 충족한다.

V. 평석

1. 문제의 제기

이번 헌법재판소의 합헌결정에서는,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위헌확인 사건(헌법재판소2002. 6. 27. 99헌마480)의 취지가 구체적인 변경이유 설시없이 전반적으로 변경되었다. 이러한 판단의 취지 변화는 인터넷규제 전반에 대하여 행정기관에 의한 질서위주의 규제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걱정이 앞선다.

이 글에서는, 짧은 지면관계상 구체적인 법리분석보다는, 이 사건 심판 대상의 연혁과 헌법재판소 2002. 6. 27. 99헌마 480 위헌사건과의 차이를 살펴 본 뒤, 합헌판단과는 별개로 심의위원회의 폐지와 관련된 입법론을 간단히 검토하기로 한다.

2.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의 위헌확인과 심판대상규정의 연혁

헌법재판소는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위헌확인(헌법재판소 2002. 6. 27. 99헌마480)사건에서 ‘국가의 무류성(無謬性)을 믿지 않으며, 다원성과 가치상대주의를 이념적 기초로 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공공의 안녕질서나 미풍양속과 같은 상대적이고 가변적인 개념을 잣대로 표현의 허용여부를 국가가 재단하게 되면 언론과 사상의 자유시장이 왜곡되고, 정치적, 이데올로기적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불온통신 조항의 위헌성을 확인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의2 제4항 제2호에 따라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전기통신회선을 통하여 일반에게 공개를 목적으로 유통되는 정보 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정보’의 심의 및 시정요구할 수 있는 권한의 위헌 여부는 심판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 이후 이 조항은,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9 제1항 제3호(2007. 1. 26. 법률 제8289호 일부개정된 것)에 의하여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일반에게 공개되어 유통되는 정보 중 이 법 및 대통령령이 정하는 정보의 심의 및 시정요구’로 법체계가 이전되어 유지되었다. 한편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심의위원회로 그 기능이 통합되면서 방송통신위원회법 제21조 제4호는 ‘전기통신회선을 통하여 일반에게 공개되어 유통되는 정보 중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정보의 심의 및 시정요구”로 그 직무범위를 정하였다.

3. 이 사건 헌법재판소 판단의 문제점

이 사건 헌법재판소 합헌 판단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에 대한 위헌확인을 한 기존의 헌법재판소 태도를 묵시적으로 변경하여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의 제한가능성을 확장한 것으로 평가된다.

첫째, 행정기관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내용규제범위에 대한 입장의 변화 – 이 사건 헌법재판소 판결은 사전에 구체적으로 예정하기 어려운 표현물의 범위까지 국가기관이 유연하게 내용심의할 수 있다는 전제로 합헌적 해석을 하고 있다. 이러한 판단 취지는, ‘내용 그 자체로 불법성이 뚜렷하고 사회적 유해성이 명백한 표현물이 아닌 한, (중략), 함부로 내용을 이유로 표현물을 규제하거나 억압하여서는 아니된다. 유해성에 대한 막연한 의심이나 유해의 가능성만으로 표현물의 내용을 광범위하게 규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와 조화될 수 없다 & 민주주의에서 어떤 표현이나 정보의 가치 유무, 해악성 유무를 국가가 1차적으로 재단하여서는 아니되고 시민사회의 자기교정기능, 사상과 의견의 경쟁매커니즘에 맡겨야 한다’고 판시한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의 위헌확인판단과는 달라진 태도이다.

둘째, 인터넷상 표현물의 유해성을 규제입법에 있어서 기본전제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입장의 변화 – 이 사건 헌법재판소 판단은 인터넷상 표현물의 복제성, 확장성, 신속성 때문에 인터넷상 표현의 유해성을 기본으로 전제하고, 그것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일반적인 제한을 정당화하는 것처럼 설명하고 있다. 이는,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의 위헌확인에서 ‘오늘날 가장 거대하고 주요한 표현매체의 하나로 자리를 굳힌 인터넷상의 표현에 대하여 질서 위주의 사고만으로 규제하려고 할 경우 표현의 자유의 발전에 큰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고 판시한 태도와도 다르다.

이 사건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새로운 정보의 내용과 유통형태가 출현하는 현실의 변화’가 존재하므로 광범위한 표현의 자유의 규제가 정당화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위헌확인 사건에서는 ‘1961년 도입될 당시의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현재의 불온통신 규제제도는 인터넷을 비롯, 온라인 매체를 이용한 표현행위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는 변화된 시대상황에도 어울리지 않는다’라고 지적하여 기술의 발전으로 인하여 다양하게 나타나는 표현의 자유를 함부로 제한하는 것은 오히려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미국 연방통신품위법 위헌판결이유에서도 드러난 바와 같이 인터넷상 내용규제심사에서는, ‘방송매체에 대한 규제근거들 즉, 방송에 대한 광범위한 정부규제의 역사, 주파수의 희소성, 방송의 침투적 성격 등이 사이버공간(cyberspace)에서는 존재하지 않으며, 당해 조항들의 적용범위와 관련한 애매모호함과 광범위함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효과(chilling effect)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엄격하게 고려하여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 헌법재판소판단은 ‘기술의 발전’과 ‘인터넷상의 표현의 특성’을 실제 발생한 유해성과 구별하지 않고 뭉뚱그려 표현의 자유제한근거로 삼았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4. 우리나라의 심의위원회의 개선의 필요성

비록 이 사건 심판대상규정이 합헌판단을 받았다 하더라도, 심의위원회는 이미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정보통신심의제도에 대한 개선권고를 받은 바 있을 정도로 현재의 인터넷상 표현의 내용심의제도는 인권침해적 요소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통신심의절차는 다른 민주주의 국가와 비교하여 보더라도 ‘행정기관’이 전반적인 내용규제 또는 심의를 한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인 것이다. 다른 국가들에서는, 대부분 아동포르노물을 제외하고 직접적으로 행정기관이 내용심의를 하는 법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 대상이 되는 아동포르노물에 대한 내용심의 역시 이용자단체와 인터넷서비스공급자 협회 등의 자율규제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합헌판단과는 별도로 수 년간 반복하여 제기되는 심의위원회의 개선안은 지금부터라도 입법안으로서 공론화할 필요가 존재한다.

5. 결어

이번 헌법재판소 판단은, 엄밀한 분석이나 이유없이 종전의 헌법재판소의 판단취지를 전반적으로 변경한 것으로 평가된다. 민주주의사회로 발전하면서 어렵게 쟁취한 표현의 자유의 제한원리들이 인터넷상 표현들의 역기능만을 강조하여 가볍게 평가된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인터넷상의 표현들은, 역기능 뿐만 아니라 가격기구나 위계질서 없이도 다른 사람들과 느슨하지만 효율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개개인에게 높은 자율성을 누리게 하는 수단일 뿐만 아니라, 이 과정에서 전통적인 자유주의적 이상은 더 잘 구현될 수 있게 하는 중요 수단이라는 점에서, 순기능도 강하게 존재한다. 이러한 장점들은 국가의 규제가 아닌 자율성의 보장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점에서, 역기능만을 강조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여러모로 아쉽다. 따라서 이 사건 헌법재판소의 합헌판단과는 별개로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처럼 민간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표현의 자유를 꽃피우는 방향으로의 제도개선을 공론화할 현실적 필요가 커졌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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